데이터센터 화재로 지난 15일 오후부터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된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 한 카카오티(T) 주차장 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포함한 카카오 서비스가 15~16일 이틀에 걸쳐 18시간 넘게 중단됐다.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15일 오후 3시30분께부터 카카오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카카오톡이 10시간 넘게 끊어진 건 출시 12년 만에 처음이다. 많은 시민들이 메신저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결제, 택시, 송금 및 자산관리 등 각종 경제 및 이동 서비스에 불편과 피해를 겪으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휴일이 아닌, 평일에 벌어졌으면 피해 정도는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독점 민간기업에 과도하게 기댄 한국 정보화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선 카카오의 실시간 백업 체제 구축 미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에 대해서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동시에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이 제대로 돼 있으면 비록 화재나 지진, 테러 등으로 한곳에서 작동을 멈춰도 곧바로 다른 센터에서 실시간 백업 시스템이 작동돼 서비스를 즉각 재개할 수 있다. 2018년 케이티(KT)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화재 이후 이미 제기돼왔던 문제다. 카카오 쪽은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이원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번 사태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그동안 문어발식 플랫폼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자회사 물적 분할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 임원들의 스톱옵션 매도로 인한 자기 이익 우선 실현, 불투명한 자회사 운영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시장에서 수많은 이득을 올리고 급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은 공적 책임을 지녀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컸으나, 국민기업으로서의 공적 책임감이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서둘러 수습하고, 필요한 보상안과 재발을 막을 근본 대책을 내놓는 게 급선무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디지털 서비스’로서의 책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아울러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에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2018년 과기정통부가 플랫폼 기업의 ‘주요 데이터 보호 의무’까지 추가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기업 재산권 침해’, ‘산업 발전 저해’라는 기업 논리에 막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이렇게 생활 전반에 직접 연결된데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기술적 특성상, 면밀한 제도적 보완이 상시적으로 따라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급성장하는 플랫폼 사업에 대해 이용자 보호 조치보다 육성 전략에만 치우친 게 이런 사태를 불러온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편의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정부가 대국민 행정서비스 상당부분을 카카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