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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기대응 실패’ 레고랜드, 정부 두번 실기 말아야

등록 2022-10-25 18:36수정 2022-10-26 10:37

김진태 강원지사가 24일 오전 강원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고랜드발 금융 불안과 관련해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하게 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혁 기자
김진태 강원지사가 24일 오전 강원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고랜드발 금융 불안과 관련해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하게 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혁 기자

정부가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50조원+알파’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자금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채권시장이 패닉 상태에선 벗어난 듯하지만 우량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데다 연말 자금 수요까지 겹치는 상황인 만큼 금융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와 회사채 3년물 금리는 24일과 25일 이틀 연속 내렸으나, 단기 자금시장의 바로미터인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이틀째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 공급에 나섰지만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다(채권금리는 상승) 정부 대책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미봉책에 불과한 영향이 커 보인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를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이 자금은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에서 갹출해서 조성하는 방식이다. 돈줄이 막혀 있는 금융회사들이 갹출금을 마련하려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채권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시장은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은이 고물가·고환율과 한-미 간 금리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해야 하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 부채라는 뇌관을 건드릴 위험 탓에 충분히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강원도의 레고랜드 회생절차 신청이 부동산 피에프 부실이라는 뇌관을 건드리고 말았다. 우량한 지방채마저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선언되자, 부동산 피에프 시장 전반에 자금줄이 막히고 급기야 공기업과 일부 대기업마저 기업어음을 제대로 발행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번 자금 경색 사태는 금융당국의 안이한 태도뿐만 아니라 부실한 위기 대처 능력을 드러냈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현재 금융 컨트롤타워가 미덥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결국 사고가 터진 것이다. 대통령이 민간 자율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금융규제 완화에 주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정작 관심을 기울여야 할 자금시장 모니터링과 대처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김 위원장은 24일 국정감사에서 “우리 대응이 부실하고 늦었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위기 대응 실패는 레고랜드 사태 한번으로 족하다. 두번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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