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신냉전’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양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3년 만에 성사된 이날 회담은 양국 정상이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최대 현안인 북핵 해법을 둘러싼 이견이 드러나며 한국 외교의 과제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날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하여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두 정상은 고위급 대화 활성화 등을 통해 갈등 요소도 관리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방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핵심 의제인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윤 대통령은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했으나 시 주석은 “남북관계를 한국이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역할보다는 남북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도발을 억제하거나 대화로 나오도록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라는 한국과 미국 요구에 중국이 호응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천명한 윤 대통령과 이를 경계하는 시 주석의 입장도 거리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외교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보편적 가치’를 서구적 가치로 여겨 경계하는 중국의 입장과는 다른 한국의 원칙을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면서도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비판하는 뜻인 ‘진정한 다자주의’는 한·미·일 공조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한국의 안보·경제적 난제들이 쌓여가고 있다. 한·미·일 3각 공조도 불가피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포함해 한반도 주변 긴장을 관리할 외교가 병행되어야 한다. 중국도 동북아 정세를 더욱 어렵게 할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7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