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원’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뇌물죄 무죄 선고를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연하다. 곽 전 의원 아들은 1990년생으로 한 대학 디자인학과를 나와 대장동 개발업체에서 6년간 근무했다. 30대 초반 평범한 직장인이 대기업에서 수십년 일한 임원도 받기 힘든 거액을 퇴직금으로 받은 것이다. 곽 전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고 대장동 업자인 김만배씨와 친한 대학 동창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상식을 거스른 판결을 어느 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지난 8일 무죄 선고 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나 관련 기사 댓글 등엔 분노와 허탈감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1일엔 울산 시내 법원 사거리 등 15곳에 ‘곽상도 전 의원 아들 50억 무죄 < 버스기사 800원 유죄’라는 펼침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2010년 버스비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선고한 판결을 이번 무죄 판결과 대비해 비판한 것이다. 당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금액이 소액인 점 등을 들어 부당해고로 판정했으나 법원은 얼음장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 펼침막을 건 손종학 더불어민주당 울산 남구갑 지역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만인이 평등한 법을 가지고 장난치나”라며 “법은 우리를 버렸다”고 했다. 정치 성향을 떠나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이번 사건 재판부는 “50억원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아들이 결혼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곽 전 의원이 김만배씨의 청탁을 받아 로비를 한 혐의(알선수재)도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부실 수사로 알선수재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오롯이 검찰의 몫이다. 그러나 뇌물죄 무죄에 대해선 검찰은 물론 재판부도 비판을 비켜 갈 수 없다. 법조인 모임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상임대표 김현 변호사)도 11일 성명을 내어 “직계비속(자녀)은 누구보다도 경제 공동체로 볼 수 있는 관계”라며 “(사법부는) 부패 카르텔에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동시에 공동체의 상식 최저선 또한 존중돼야 한다. 검찰과 법원 모두 국민을 분노하게 한 비상식적 결말에 대해 깊은 성찰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