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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 내준 환경부, 존재 이유 잊었나

등록 2023-02-27 18:13수정 2023-02-28 02:38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 양양 한계령을 출발해 인제와 횡성을 거쳐 원주지방환경청까지 7박 8일간 135㎞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순례를 했다. 연합뉴스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 양양 한계령을 출발해 인제와 횡성을 거쳐 원주지방환경청까지 7박 8일간 135㎞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순례를 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27일 설악산 국립공원 안에서 추진되는 오색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이전 정부까지 줄곧 반대 의견을 내온 환경부가 입장을 바꿔 사업을 허가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실현을 위해 생태계 보전이라는 환경부의 기본 책무를 방기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의 왼쪽 봉우리인 끝청(해발 1480m) 사이 3.5㎞ 구간에 설치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가장 생태계가 우수하고 산양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이 1980년대 초부터 숙원사업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제동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사업이 본격화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2015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내준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 환경부가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그 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양양군이 보완을 거쳐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이 사업의 정상 추진을 약속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40년간 어렵사리 버텨온 둑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무너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 결정은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들의 검토 의견을 외면했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 등 5곳의 전문기관은 최근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겠다”던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말은 한낱 허언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의 이날 결정으로 1989년 덕유산에 곤돌라 설치가 허용된 지 30여년 만에 육상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 가장 생태 경관이 뛰어난 지역에 케이블카 사업이 허용됨에 따라 다른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가 우후죽순 설치될 위험성도 커졌다. 현재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고 있거나 논의된 적이 있는 국립공원은 지리산, 북한산 등 5곳이나 된다. 국립공원은 정부가 최우선으로 보전해야 할 생태계의 보고라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환경부의 존재 이유가 환경 보전이지 개발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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