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IPCC 총회에 참석한 이미선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이 20일 오전(현지시각) 줌을 통해 한국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줌 갈무리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13~19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제58차 총회에서 6차 평가보고서(종합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지구의 기후 운명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1988년 설립된 이 기구는 5~7년 주기로 평가보고서를 내왔다. 기후변화가 나타나는 원인과 영향, 대응 방안 등이 일목요연하게 담긴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1차 보고서를, 교토의정서(1997년)와 파리기후협정(2015년)은 각각 2차, 5차 보고서를 토대로 맺어졌다. 2007년에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류의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기후위기 시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최근 10년간(2011~2020년) 지구의 지표면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나 올랐다.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담겼다. 이전에 예측됐던 2030~2052년보다 훨씬 앞당겨진 것이다. 앞서 파리협정을 통해, 200여개국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는 동시에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상승 폭이 목표를 초과하면 지구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위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취지였다.
특히 6차 보고서는 단기적 정책 대응의 시급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향후 10년간의 선택이 지금 현재는 물론이고 수천년 뒤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50년생과 1980년생, 2020년생 등 세대에 따라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가장 적은 3세대(2020년생)가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미선 국장이 20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공개한 IPCC 제6차 보고서(종합보고서)의 표지 사진.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기후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이전 정부가 수립했던 30.2%에서 21.6%로 오히려 하향 조정한 바 있다. 2030년까지의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도 2021년 10월 발표한 14.5%(2018년 대비)에서 큰 폭으로 낮출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폭염과 한파, 산불이 빈번해지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높아지는 데 비해,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산업 논리를 환경보다 앞세우고 있다. 더 늦기 전에 6차 보고서를 면밀히 살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