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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변화 보고서는 왜 중요할까?

등록 2023-03-20 22:00수정 2023-03-20 22:16

IPCC 6차 종합보고서 발간
향후 기후협상 자료로 이용
각국 단어 선택 하나도 민감
지난해 11월6일 이집트 샤름옐세이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6일 이집트 샤름옐세이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의 행동이 지구의 운명을 결정한다.”

20일(현지시각)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막을 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최종 확정된 제6차 기후변화 종합보고서의 이같은 ‘경고’는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인지 불확실했던’ 시절부터 수많은 연구가 차곡차곡 쌓여 무르익은 결과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세워진 건 1988년이다. 과학계를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에 관심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통일된 과학적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시켰다.

그 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5~6년 주기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와 함께 비정기적으로 특별 보고서를 내고 있다. 그간의 보고서를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고, 그 원인은 인간이 배출한 화석연료 때문이며, 하루빨리 에너지 전환에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_안효정 소셜미디어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990년 제1차 보고서 때만 하더라도 협의체 소속 과학자들은 ‘인간 영향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2001년 제3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일 확률’을 66%로 봤고, 2013년 제5차 보고서에서는 95%로 더 높게 봤다. 이번에 나온 제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전적으로 인간 활동으로 초래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득세하던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설 곳을 잃게 됐다.

2014년 나온 제5차 보고서에 견줘서도 이번 6차 보고서가 본 지구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고, 보고서의 경고는 더욱 강해졌다.

지구 온도는 얼마나 상승했을까?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면, 전 지구 지표온도의 상승치는 4차 보고서에서 0.85도로 봤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1.09도로 더 늘어났다.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온난화 기여도도 4차 보고서 0.5∼1.3도에서 이번 보고서 1.0∼2.0도로 올랐다. (실제 지구 온도의 상승치가 적은 이유는 에어로졸 등 오염물질과 자연 작용에 의한 감소 효과 때문이다)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2조400억톤에서 2조4000억톤으로 늘었다.

기후협약 맺게 한 일등공신

기후변화 보고서는 세계 기후정책을 움직이고 있다. 제1차 보고서(1990)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채택으로 이어졌고, 이 협약은 매년 총회를 열어 세계 공동의 기후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2차 보고서(1995)는 1997년 교토의정서의 채택으로 이어졌고, 제5차 보고서(2014)는 ‘포스트 교토체제’라고 불리는 2015년 파리협정을 이끌었다. 지금 각국은 ‘산업화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을 1.5도 이내 혹은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해 대응하고 있다. 한국도 2030년에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2017년 북극곰 한 마리가 캐나다 북극권 프랭클린해협의 바다얼음 위에 서 있다. 온난화에 의한 바다얼음 감소는 기후 시스템의 교란과 북극곰 서식지의 소실로 이어진다. 프랭클린해협/AP연합뉴스
2017년 북극곰 한 마리가 캐나다 북극권 프랭클린해협의 바다얼음 위에 서 있다. 온난화에 의한 바다얼음 감소는 기후 시스템의 교란과 북극곰 서식지의 소실로 이어진다. 프랭클린해협/AP연합뉴스

기후변화 보고서는 세계 기후변화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단어의 선택이나 뉘앙스에도 각국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1천명 이상 과학자들이 내놓은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을 만들 때는 각국의 행정 관료가 참석해 자구 하나하나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테면, 화석연료를 수출하는 국가는 ‘온도 상승이 화석연료 사용 때문이다’라는 문장을 ‘온도 상승이 온실가스 증가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나온 제6차 종합보고서도 지난 13일부터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일주일간 열린 회의에서 이런 수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 것이다.

기후변화 보고서 어떻게 구성되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그동안 다섯 차례의 정기 보고서를 냈다. 각각의 정기 보고서는 세 권의 실무그룹 보고서와 이를 포괄하는 종합보고서로 구성된다.

제1실무그룹(WG1)은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2실무그룹(WG2)은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취약성을, 제3실무그룹(WG3)은 기후변화 완화에 대한 보고서를 출판한다. 세 권의 보고서가 모두 출판된 뒤, 이를 종합하는 종합보고서가 나온다.

특별 보고서도 있다. 최근 1.5도 지구온난화 특별보고서(2018), 해양∙빙권 특별보고서(2019), 토지에 관한 특별보고서(2019) 등 세 권이 나왔는데, 이 내용도 이번 제6차 종합보고서에 포함됐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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