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19일 붕괴·매몰 사고가 난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구조당국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검찰이 지난달 31일, 노동자 3명이 숨진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삼표그룹 오너인 정도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월 법 시행 이래 기업 오너가 기소된 건 처음이다. 애초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전문경영인인 이종신 대표이사를 이 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정 회장이 실질적 경영책임자임을 확인해 기소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산업재해 예방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2021년 34위)인 우리의 중대재해율(1만명당 사망 노동자 수)을 끌어내리고 ‘일터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법 취지에 비춰보면, 명목상의 대표보다 실질적 경영 권한을 행사한 기업 오너의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동안 기업 오너 등 실질적 경영책임자들이 월급 사장이나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등을 내세워 법 적용을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기소가 경종이 되길 바란다.
정 회장은 채석장 안전 관리를 포함한 업무 전반에 대해 월례보고를 받고 관심 사안에 대해 바로 지시를 내리는 등 직접 구체적으로 개입한 반면, 이 대표는 정 회장을 보좌하고 지시를 수행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회장이 그룹사 경영에 관여하고, 핵심 사항에 대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룹사 개별 기업의 안전보건업무를 직접 관리하진 않는다”고 반발했다. 법원이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검찰이 모처럼 단호한 법 적용 의지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번 사건 또한 재해 발생 이후 기소까지 1년2개월이나 걸렸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지난해 법 시행 이틀 만에 벌어진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대상이었다. 검찰 송치 뒤 오너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 시간이 걸렸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한해 중대재해처벌법 입건 사건 229건 중 검찰이 기소한 건 11건에 그쳤다. 대다수 사건은 수사가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노동부 수사 인력을 확충하고, 검찰도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사지휘와 기소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