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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젠 서울에서도 밤거리 맘놓고 못 다니나

등록 2023-04-03 18:26수정 2023-04-04 02:41

강남 아파트 단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3명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아파트 단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3명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은 경찰의 민생치안 능력에 큰 불신을 갖게 한다. 범행 시간이 자정 무렵이었다고는 하나 목격자의 신고가 곧바로 112에 접수됐고, 범행 장면이 인근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제대로 찍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 소중한 생명은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경찰은 피해자가 납치된 지 1시간이 지나도록 범행 차량을 특정하지 못하는가 하면, 범행 장소를 관할하는 수서경찰서와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 지휘부에 다음날 오전이 되어서야 보고가 이뤄지는 등 초동 대응에 큰 허점을 보였다.

서울경찰청은 당일 범죄 신고 접수 3분 만에 긴급 출동을 의미하는 ‘코드 제로’를 발령했고, 실제로 경찰들이 그 시각에 범행 장소에 출동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차량 수배령은 그로부터 1시간 뒤에 내려졌고, 범인들의 도주 경로를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과 대전경찰청 등은 다음날 오전 9시가 돼서야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경찰의 전국 단위 범죄 대응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범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한 뒤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하고 대전을 빠져나간 뒤인 다음날 아침 7시쯤 첫 보고가 경찰청 지휘부에 전달된 것은 경찰 기강이 해이해져 있음을 보여준다. 경찰은 목격자가 차종을 잘못 진술하고 폐회로텔레비전의 화질이 좋지 않아 차량 번호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항변하지만 궁색하게 들릴 뿐이다.

납치가 발생한 장소는 치안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구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불과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으로 밤늦게까지 학생들이 오간다. 한밤중이긴 하지만 서울에서도 상시적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강력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하니 주민들은 물론 시민들이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납치범들은 범행 42시간 만인 지난달 31일 경찰에 모두 체포됐지만, 이미 피해자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뒤였다. 이들이 탄 차량은 고속도로에 설치된 그 많은 폐회로텔레비전에 다 찍혔을 텐데도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허탈하기만 하다. 서울은 다른 나라 대도시에 비해 치안이 좋아 밤거리를 편히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경찰은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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