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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4·19에 비판여론 향해 ‘가짜뉴스’ 운운한 윤 대통령

등록 2023-04-19 18:26수정 2023-04-20 02:37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4·19 기념식에서 자신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싸잡아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로 매도했다. 야권과 비판적 언론 등을 향해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며 적대감마저 드러냈다. 대통령의 독단적인 상황 판단과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겉으로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세력이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로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꾼의 거짓과 위장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현 정부에 비판적인 야권과 언론을 겨냥한 말로 읽힌다. 대통령은 자신을 자유와 민주주의의 독점적 수호자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면 곧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식의 단선적이고 편의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식의 주장이 최근 들어 부쩍 많아졌다. 지난 6일 ‘신문의날’ 축사에선 “허위 정보와 선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했고, 9일 부활절에는 “진실과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국무회의에선 “여론조사의 표본이 공개돼야 하고, (표본이) 공정하지 않다면 결국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주 69시간 노동’과 양곡관리법 논란의 책임을 엉뚱하게 여론조사 탓으로 돌렸다. 두 사안에 대한 여론조사가 모두 부정적으로 나왔는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일방적인 국정 운영, 닫아버린 야당과의 협치에다 국민과 언론에 설명도 제대로 않고 있다. 국정수행 지지도가 27%(한국갤럽·13일)까지 떨어진 건 전적으로 윤 정부의 ‘자업자득’이지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원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모든 게 ‘가짜뉴스’ 때문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에는 무조건 ‘가짜뉴스’ 딱지를 붙였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원래 좀 시끄럽고, 특히 집권세력에 비판적인 게 당연하다. 독재에 항거해 목숨을 바친 젊은 학생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날에 비판세력을 사기꾼에 빗댄 윤 대통령의 언사는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4·19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구심이 일 정도다. 막말을 앞세운 분노를 발하기보다 깊은 성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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