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가 공동개최한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 학술대회가 열렸다. 백소아 기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 2월 입법예고한 압수수색 영장 제도 개선안을 두고 2일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의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대법원은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심사할 때 필요한 정보를 아는 사람을 불러 심문할 수 있게 하고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에 검색어·대상기간 등 집행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내놨다. 애초 6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반발하면서 추가로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 보완책을 찾되 압수수색 제도의 개선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근래 들어 압수수색 영장 청구·발부 건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압수수색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휴대전화 등 디지털 정보는 개인의 전인격을 저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역시 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압도적인 추세다. 신체의 자유라는 본질적 기본권을 제약하는 구속처럼 이제 압수수색도 사생활의 비밀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과거와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셈이다.
현대적 특수 상황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앞서 사법부의 신중한 판단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 영장전담판사 출신 변호사는 <한겨레>에 “압수수색 영장은 사실상 자동 발부다. 범죄자를 잡겠다는데 기각해버리면 판사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고 했다. 주먹구구식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다. 디지털 증거와 관련해서도 2010년대 들어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보만 선별 압수해야 한다는 판례가 형성됐지만, 어떤 정보가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사실상 모든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검색 대상을 사전에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구속영장을 심사할 때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는 제도(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된 1995년 당시, 수사기관들은 ‘수사 기밀 유지가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며 격렬히 반발했다. 하지만 이제 영장실질심사는 상식이 됐다. 검사가 제출한 서류만 가지고 구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면 이젠 후진적이라고 여길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수사기관 조사 때 변호사가 동석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형사절차는 시대의 변화 및 인권의 신장과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 압수수색 제도도 그 임계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