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용산에서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와 여당이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거부 선언을 계기로, 양대 노총의 고립과 노동계 분열을 꾀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최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불참하자, 기다렸다는 듯 여권은 “사회적 대화가 특권일 수 없다”며 양대 노총 중심 경사노위 구조 재편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개혁은 노사정 합의가 필수적인데, 정부는 노동계를 향해 설득 대신 압박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노총이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에 반발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자, 그다음날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엠지(MZ)세대 중심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나 한국노총 내 지역·산별 조직과 계속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 기구에 양대 노총 외의 다른 노동자 조직을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발언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경사노위 재편이 필요하다. 독점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당정의 양대 노총 고립 시도는 말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경사노위법 개정안은 경사노위 근로자 대표 요건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겉으로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을 위하는 체하지만, 속내는 전국적 규모의 대표성을 가진 양대 노총 가운데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의 영향력도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양대 노총을 설득하지 못한 정부의 노동개혁이 성공할 리 만무하다. 개혁을 빌미로 기업의 민원만 해결해주는 ‘개악’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 등에도 참여하는 정부의 노동정책 파트너다. 한국노총까지 배제한 채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지난번 이른바 ‘엠지 노조’도 ‘주 69시간 근로’를 반대한 것에서 보듯 두 노총 소속이 아니면 정부안을 지지할 것이라는 판단도 오산이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김문수 위원장에게 “흔들리지 말고 더 열심히 일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뭘 더 열심히 하라는 건가. 임명 때부터 부적격 논란이 있었고 경사노위 파행에도 큰 책임이 있는 김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오히려 격려를 했다니, 노동계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로 인한 노정 관계 파탄의 책임은 윤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