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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윤, 사회적 대화 버리고 대결 택했다…“약자만 향하는 법치”

등록 2023-06-09 07:00수정 2023-06-09 12:52

한국노총 경사노위 불참 파장
사회적 대화 공백 자초한 윤 대통령
근로시간 개편·상생임금 등 정책 올스톱
한국노총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야 복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8일 오전 열린 ‘노동탄압 분쇄!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윤석열정권 심판 투쟁선언 한국노총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8일 오전 열린 ‘노동탄압 분쇄!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윤석열정권 심판 투쟁선언 한국노총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투쟁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의 전면 중단을 공식화하고 정부 여당도 강경한 태도를 버리지 않음에 따라 정부와 노동계는 당분간 대화 없는 대결의 장에 들어섰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표방하며 앞으로 내놓을 정책들도 줄줄이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들이어서 대화의 물꼬를 틀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사노위 대화 복귀의 전제로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들었다. 경사노위 대화 전면 중단 사태의 방아쇠는 지난달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었다. 하지만 그 근본에 놓인 노동 적대적 태도에 대한 변화 없인 대화 복귀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로) 덜 선명하고 덜 투쟁적으로 보이더라도 질기게 버텼다”며 “하지만 그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길은 ‘지뢰밭’이다. 정부가 앞으로 노동개혁 이름으로 내놓을 관련 정책은 추진 과정에서 큰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데다 사회적 대화 없인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운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장근로 유연화 등을 포함한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개편방안)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것 가운데 그나마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된 개편방안은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여소야대 상황에서 노동계 동의도 얻지 못한 노동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애초 정부는 지난 3월 개편방안을 발표하기까지 양대 노총의 의견은 단 한차례도 수렴하지 않았다. 이후 취약 노동자의 휴식권 등 여론 반발에 부딪히자 9월까지 수정된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고용노동부가 만든 전문가 위원회인 상생임금위원회가 올해 말까지 내놓기로 한 ‘상생임금 확산 로드맵’은 노동계의 동의 없인 더욱 추진하기 어렵다. 로드맵은 연공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는 내용 등을 담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임금체계 개편은 각 사업장의 노사가 교섭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바꿔야 한다. 총연맹 단체인 한국노총조차 참여하지 않은 임금체계 개편을 사업장 단위 노조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동개혁은 기본적으로 계급 대립 성격이 짙은데다 많은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좌우하는 제도 변화를 동반하는 탓에 갈등이 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역할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어떤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까지 이야기가 나온 노동 시간, 임금 체계 개편만 봐도 노조와 대화 없이는 전혀 추진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이어질 사회적 대화의 공백은 특히 산업 전환, 기후위기 등 산적한 구조적 문제 해결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이들 의제에 대한 노사정 논의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불평등 양극화,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등 사회적 대화가 아니면 풀기 어려운 갈등 지점에 대해 접점을 찾아야 할 시점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전면 중단된 것”이라고 짚었다.

사회적 대화의 장기간 공백은 또한 취약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주희 교수는 “단체 교섭을 통해 사업장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노동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노동자가 아닌 사회 안전망, 근로 기준 등 제도의 영향이 절대적인 노조 바깥 취약 노동자에게 더 중요한 것이 사회적 대화”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법치주의’만을 강조하며 대화의 복원보다 갈등을 키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자료를 내어 “한국노총이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동명 위원장은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서는 왜 법치를 이야기하지 않나. 정부의 법치는 약자에게만 향한다”고 반박했다. 노동 문제를 불법이라는 ‘사건’ 차원에서만 접근한 탓에 노동개혁의 본래 의미인 구조적 해법 찾기는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배규식 전 경사노위 상임위원(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법은 물론 중요하지만 협상과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사 관계에서 대화와 협의가 아닌 법만을 강조하는 한계가 이번 대화 중단 사태에서 드러난다”고 짚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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