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과 위원들이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폭력진압에 의해 구속된 김준영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석방하라.’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회의실에서 열린 3차 전원회의.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자리엔 김 위원이 앉는 대신 손팻말이 놓였다. 김 위원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 농성을 하다가 경찰 강경 진압에 다친 채 끌려 내려온 뒤 구속됐다. 한국노총은 이런 이유 등을 들어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8일 회의에선 공석인 김 위원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가 이어졌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회의 첫머리에 “노동자위원 1명의 자리가 비었고, 그것도 정부의 탄압으로 부당하게 구속됐다”며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동자위원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노동자위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니 위원장님께서 규정과 범위 내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며 “소속을 떠나 같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서 김준영 위원의 석방을 위한 탄원서 제출에 동참해주시기를 호소드린다” 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향후 표결 때 김 위원 몫을 다른 사람이 대리로 투표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공익위원이 새로운 안을 마련해 오는 13일 운영위에서 재논의키로 했다. 김 위원 탄원서와 관련해선, 사용자위원은 개별 작성에 동의했지만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은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내년 치 최저임금 결정 관련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와 관련한 논의도 이어졌다. 관건은 업종별 차등 적용 관련 외부 연구용역 보고서 공개 여부였다. 지난해 한 연구용역 결과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됐으나, 공익위원을 제외한 위원들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위원(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법적 근거는 있지만 관련 통계가 없어서 그동안 논의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 연구한 만큼 공개를 해서 논의를 진전시키고 결론을 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이 보고서 공개에 반대하는 가운데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자, 위원회는 회의 중간에 운영위원회를 열고 해당 보고서를 최저임금 심의 기간 동안 외부 유출 없이 위원들에게만 공개하고, 최저임금 심의자료로는 채택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냈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 관련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류기섭 위원은 “국제노동기구(ILO) 발표 자료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제가 있는 회원국 중 과반이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며, 선진국들은 상향식 차등적용을 하지 하향식 차등적용은 없다고 한다”며 “우리나라는 복잡한 산업구조 특성상 이들 나라보다도 업종별 차등해서 적용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고 짚었다. 박희은 위원도 “최저임금위원회는 불필요한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가 아닌, 제도 밖으로 자꾸 밀려나는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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