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6월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연합뉴스
감사원이 감사관 50여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춘 공직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 역시 증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불거진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결재 조작 등 불법 의혹은 외면한 채, 감사원을 사정몰이의 첨병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만 선명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기획재정부와 감사관 증원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감사원 전체 인원 1080여명 가운데 감사 업무에 투입되는 감사관은 900여명으로, 감사관 증원을 추진하는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감사원의 ‘몸집 불리기’ 시도는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타파 주장과 맞닿아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은 연일 공직사회를 향해 강한 언사로 ‘군기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새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히 인사 조치하라”고 경고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차관급 임명자들과의 만찬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만 버티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국회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패한 이권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야당과의 협치 포기로 입법을 통한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니, 행정부 공무원들을 확실하게 틀어쥐어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감사원의 감사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각 부처의 상시 감찰·감사를 강화해 공직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전임 정부 표적감사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과정에서 감사보고서 무단 공개,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의 전자결재 조작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소명하기는커녕, 유병호 사무총장이 “(조 위원이) 단군 이래 제일 많이 열람했다” “그분한테 물어보라” 등 오만방자한 태도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 비호 아래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행세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감사원법 제2조)는 법 조항은 윤석열 정부에선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차관 내정자들에게 “저에게 충성하지 마시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헌법 기관인 감사원을 정권의 ‘수족’처럼 부리는 것이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