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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감사원장, 감사위원 열람 결재 ‘전산 조작’ 시인

등록 2023-06-30 00:19수정 2023-06-30 13:31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오른쪽)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감사 결과 시행 과정에 대한 의원들의 현안질의가 이어지자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오른쪽)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감사 결과 시행 과정에 대한 의원들의 현안질의가 이어지자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감사원 사무처가 29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 시행 과정에서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이 ‘열람 결재’를 한 것처럼 전산상 조작(<한겨레> 6월21일 ‘감사위원 모르게 ‘승인’…‘전현희 보고서’ 결재 전산조작’ 참조)을 한 점을 시인했다. 조 위원의 최종 확인 없이 감사 결과를 시행·공개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전체 감사위원들이 (수정된 감사 결과 보고서를) 여러 차례 열람한 상태에서 6월9일 시행·공개를 목표로 프로세스를 진행했는데 주심 위원이 무슨 이유인지 결재를 안 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감사 부서에서 (감사위원들이) 열람은 다 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관리하는 부서에 요청했고, 그에 따라 처리해 (전자결재 시스템에) ‘승인’으로 뜨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최달영 1사무차장은 조 위원이 결재를 하지 않는 것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보고서를 승인 처리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조 위원이 감사 결과 보고서를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최종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사무처가 전산을 조작했고, 감사위원을 뛰어넘어 시행·공개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는 전자정부법 위반과 공전자기록 위·변작 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최 사무차장은 감사위원들 논의 과정에서 “(1일 감사위에서 수정의결한 내용과 달리) 전 전 위원장에게 불리한 사실을 크게 두 군데나 통으로 들어내버렸다”는 주장도 내놨다. 감사위 의결과 달리 △전 전 위원장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유권해석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유권해석 관련 허위 인터뷰 강요 부분을 최종 보고서에서 들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게 최 사무차장을 비롯한 사무처의 공통된 주장이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조 위원이 (문서로) 열람을 수차례 했고, 직원을 압박·강요해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부분을 고치라고 기망했다. 전 전 위원장의 중범죄만 삭제하라 했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그 자체가 범죄”라고 주장했다.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열람 버튼을 누르지 않은 건) 그만큼 의결된 데서 많이 일탈한 것으로, (조 위원이) 권한 범위를 넘어서 (수정을) 요구했다”고도 했다.

감사원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감사원 전자감사시스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에 대해 감사위원 결재란은 공란으로 남아있다. 김의겸 의원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조 위원의 수정 요구는 감사위원들의 8일 간담회 결과에 따른 것이다. 사무처가 국회에 제출한 1일 회의록을 보면, 사무처가 전체회의 결과를 반영해 보고서를 수정해오면 “간담회에서 전체 컨펌을 하는 과정을 거치자”고 조 위원이 제안하고, 최 원장과 다른 위원들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현안질의에서 최 원장은 “명시적으로 간담회에 (수정 및 확정을) 위임한 바 없다”며 이를 ‘비공식 절차’라고 주장했다. 간담회 결과는 보고서에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무처는 “일부 논의 과정에서 명확하게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그 부분까지는 (수용)하도록 (했다).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이라도 해야지만 전체가 (확정될 수 있었다)”(김영신 공직감찰본부장)라며, 최종 보고서에 간담회 논의 사항을 반영했다고 했다.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설명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최 원장은 “간담회에서 위원들 간에 어떤 논의가 있었고, 사무처에서 왜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19일 감사 결과 관련 자료 언론 유출 경위 등을 시작하겠다며 진상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6월9일에 (감사 결과 시행을) 안 하면 대한민국이 망하냐”며 “(그날 시행·공개하기로 한) 결정을 지키려고 시스템을 뚫어버리자는 결정을 했다. 이건 쿠데타”라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위원과 감사 업무를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종속시켰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조은석 위원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일 수 있다”며 법사위 출석을 요구했다.

이날 현안질의에선 유 사무총장의 거친 대응 탓에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 위원이 보고서를 문서로만 보고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열람’ 클릭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유 사무총장은 “단군 이래 (보고서를) 가장 많이 보고 유일하게 (열람 버튼을) 혼자 안 눌렀다” “그걸(보고서를) 그렇게 실컷 보고 (열람을) 안 누르는 분은 (감사원 창설) 74년 만에 처음”이라는 등 비아냥대는 투의 답변을 거듭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이런 답변 태도를 문제 삼자 유 사무총장은 “우리를 모해하시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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