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시신을 수습해 물 밖으로 인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기록될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두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번 참사는 교통 통제만 제때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사고 당일 새벽 금강홍수통제소가 통보한 내용에 따라 오송 지하차도를 통제했다면 14명의 무고한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도 주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제 잘못은 외면하고 남 탓만 하고 있으니 기가 찬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4시간 전인 15일 새벽 4시10분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해 발령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이어 사고 2시간 전인 아침 6시31분 흥덕구에 교통 통제, 주민 대피 등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흥덕구로부터 이를 전달받은 청주시가 충북도로관리사업소에 전달하지 않아 도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도와 충북도로관리사업소도 홍수경보 발령 뒤 오송 지하차도 폐회로텔레비전(CCTV)만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 충북도는 재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야 하는데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공사 구간 제방 높이를 낮추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며 역시 남 탓만 한다. 미호천교에서 교량 공사를 하던 행복청이 6시30분부터 수차례 전화를 해 재난문자 발령을 요청했는데도 충북도는 이를 뭉갰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들이 서로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모습을 보는 주민들 마음은 어떻겠는가. 선거 때는 지역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서로 자기에게 표를 달라 하지 않았을까.
또 경찰은 112 신고를 두차례나 접수하고도 사고 현장에는 가지 않고 엉뚱한 곳에 출동했다. “인력이 부족해 현장 통제를 못 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미호천 제방 붕괴 위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제방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며 청주시에 상황만 전달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주민들에게 ‘무정부 상태’를 경험하게 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참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해 과실이 드러난 공무원을 징계하고, 고발과 수사 의뢰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감찰이 단체장을 비롯한 고위직을 놔둔 채 일선 공무원들만 책임을 묻는 선에서 끝나선 안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일부 공무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 공직사회 전반에 복지부동과 책임 회피 문화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지휘 책임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