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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육당국, ‘공교육 멈춤’ 엄단 대신 추모 의미 헤아려야

등록 2023-08-28 18:11수정 2023-08-29 02:41

지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 교사들이 9월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학교 재량휴업이나 집단 연가·병가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은 ‘학부모 갑질 의혹’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신입 교사가 숨진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교사들은 고인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철저한 진상규명과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국회 입법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초등교사 사망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하는 교육부가 교사들의 추모 움직임에 연일 엄정 대응 방침만 밝히고 있어 유감이다.

28일 오후 6시 기준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한다고 서명한 전국의 교사는 8만3000여명에 이른다. 초등교사들이 주축이지만, 중·고교 교사 상당수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교감·교장 675명도 동참하기로 한 가운데, 전체 참여 학교 1만여곳 가운데 504곳은 이미 재량휴업일 지정을 마쳤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집단으로 연가·병가를 쓰거나 임시휴업을 강행할 경우, 우회파업으로 보고 최대 파면·해임의 중징계와 형사고발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교사에게는 단체행동권이 부여돼 있지 않아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염두에 두면, 갑작스럽게 학교 문을 닫거나 수업을 중단하는 것에 반대 여론이 없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학교들이 재량휴업을 하더라도 일정 조정으로 전체 수업일수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고 교사가 연가를 쓰더라도 보강계획을 미리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들은 애초 계획했던 국회 앞 집회도 열지 않기로 했다. 행여라도 정치적 행위로 오해받거나 정부와 충돌의 빌미를 주지 말자는 취지다. 특정 노조나 단체 주관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는 교사들은 공교육을 바로 세우자는 ‘울림’을 주고 싶은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일부 시도교육감들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추모의 마음으로 모인 교사들을 끝까지 보호하겠다”고 밝혔고, 최교진 세종시교육감도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내준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해 모이는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교육계는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와 ‘제대로 배울 권리’를 함께 증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짝 관심을 끄는 일회성 교권회복 대책을 내놓고 말 것이 아니라면, 지속적으로 학교 현장을 점검하고 교사들과 소통해야 한다. 교육부가 엄단 방침만 앞세우기 전에 일선 교사들의 추모와 다짐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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