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로켓 발사 시설 등을 살펴보고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극동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무기 거래를 비롯한 군사·경제 협력에 대해 논의하며 전략적 밀착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 안보에 심각한 부담이 더해졌다.
양국이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사용할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기술과 경제적 지원을 하기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지에 대한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정찰위성 확보를 위해, 러시아가 관련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가 “패권세력에 맞서 성스러운 싸움”을 하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며 무기 지원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러시아가 실제로 북한에 이런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 무엇보다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17년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핵 능력 강화를 저지하고 비핵화로 나아가려 해온 틀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한국이 북핵 위기에 대응할 중요한 도구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북-러 밀착을 만들어낸 핵심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서구로부터 고립되고 무기 부족을 겪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급속도로 높아졌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제재를 무력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안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노동자를 대규모로 러시아에 보내 외화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일변도 외교에 치중해온 윤석열 외교도 시험대에 올랐다. 우선은 러시아가 이번 회담 결과를 한국에 설명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북-러의 합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해, 그에 따라 대러 외교를 비롯해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북-러 밀착이 북·중·러 결속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외교로 돌파구를 만드는 데도 유연한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