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경선 결과 발표’에서 후보자로 확정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다음달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4개월 전 대법원 유죄판결로 물러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하기로 했다. 김 전 구청장은 자신의 유죄판결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공천에는 김 전 구청장을 특별사면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전무후무한 법치 무시, 국민 무시 상황이다.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17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김 전 구청장을 후보자로 선출했다. 당원과 강서구민 여론조사를 통해 선출했으니, ‘당원과 구민들이 원했다’고 핑계를 댈 것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면서 조국 전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지난 5월 징역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유죄 확정판결 3개월 만인 8·15 광복절 특사로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하고, 국민의힘은 그를 공천했다.
이날 김 전 구청장은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출마한다는 지적에 “‘조국이 유죄면 저(김태우)는 무죄’라는 생각에 많은 분이 공감하신다. (…) 그 여론을 받아들여 대통령이 사면 결단을 내리신 걸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궤변이다. 김 전 구청장과 국민의힘은 ‘공익제보자’라며 출마를 정당화하려 한다. 하지만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그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본인 개인 비리와 관련된 폭로 동기와 목적에 공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때문에 애초 국민의힘은 김 전 구청장의 공천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압박이 워낙 거세지자 입장을 바꾸고 억지 논리를 폈다. 전방위로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나선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공익제보자’로 내세워 전임 정부 비난에 활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은 자당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심지어 선거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끝내 공천하기로 했다. 대법원 판결도 무시했다. 법치를 훼손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태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이번 공천에 대해 ‘내로남불’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1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더는 국민과 법치를 모욕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