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가짜뉴스’ 제재에 대한 초법적 권한을 주는 ‘가짜뉴스 근절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방심위가 인터넷 게시물 등에 대해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해 삭제와 차단 등의 ‘선제적’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법적 정의조차 불분명한 가짜뉴스 근절을 빌미로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는 위헌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방통위는 방심위에 ‘가짜뉴스 신고 창구’를 개설해 접수 순서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심의·구제 절차를 진행하는 ‘원스톱 패스트트랙’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짜뉴스 신고 접수 및 신속 심의 상황을 주요 포털 사업자와 공유해, 사업자에게 선제적 조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선제적 조처는 삭제나 임시차단 등을 통해 게시물을 볼 수 없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일단 가짜뉴스로 신고가 되면 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사실상의 제재를 하겠다는 취지다. 방통위가 포털 사업자 규제기관이라는 점에서, 말이 좋아서 ‘요청’이고 ‘자율규제’이지 포털을 통한 정부기관의 게시물 검열이나 다름없다. 보도자료에 선제적 조처가 필요한 사례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든 것도 이번 대책의 저의를 의심케 한다.
방통위는 ‘가짜뉴스 논란이 있는 보도 콘텐츠’에 대한 방심위 등의 심의가 진행 중일 경우, ‘심의 중’임을 알리는 추가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조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포털 사업자들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보도가 허위인 것 같다는 신고만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보도라는 오명을 씌우겠다는 것인데,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비판 보도 공격 등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 사회에서 가짜뉴스는 아직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논란의 영역이다. 주로 정치권에서 자기 쪽에 불리한 보도를 공격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방심위가 허위 여부에 대한 심판자가 되어 가짜뉴스를 단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9명의 방심위원 중 6명을 대통령과 여당이 위촉한다는 점에서, 이동관 방통위가 깃발을 든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반정부 여론과 비판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귀결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를 질식시킬 반헌법적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