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정옥 전 한국방송(KBS) 글로벌전략센터장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17일 해촉된 김유진·옥시찬 위원의 후임이다. 가짜뉴스 심의와 ‘청부 민원’ 등 류희림 위원장의 월권적 행태를 비판해온 야권 위원 두명을 쫓아내고 닷새 만에 그 자리를 여권 위원으로 채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석달 전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천한 야권 위원 두명은 위촉하지 않았다. 방심위를 정권의 언론 검열 친위대로 부리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군사작전 하듯이 방심위를 장악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심의 권력을 활용해 손보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방송 장악과 마찬가지로, 방심위 장악도 옛 여권 인사들을 솎아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몫으로 위촉된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을 해촉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등을 이유로 경고 처분을 한 것이 해촉 사유였다. 그러나 여권 추천 황성욱 위원은 같은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고도 자리를 지켰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류희림 위원장을 후임으로 위촉했다. 다음달엔 야권 추천 몫인 정민영 위원을 해촉했다. 변호사인 정 위원이 문화방송(MBC)의 소송을 대리한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댔다. ‘청부 민원’으로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류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는커녕 야권 위원 해촉을 주도한 것과 견주면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3명의 야권 위원이 해촉되면서 방심위는 순식간에 여야 3 대 6에서 4 대 3 구도로 바뀌었다. 방심위가 언론 탄압 기구로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다. 10~11월 김진표 의장이 이 전 부위원장과 정 전 위원의 후임을 추천했으나 윤 대통령은 차일피일 위촉을 미뤘다. 여권 우위 구도를 유지해 방심위를 정권의 ‘청부심의기관’으로 활용할 의도였음이 확연하다.
김유진·옥시찬 위원 해촉으로 방심위는 이제 ‘합의제 기구’의 허울마저 내던졌다. 유일한 야권 위원인 윤성옥 위원은 “6 대 1의 기형적 구조에서 거수기 역할은 의미가 없다”며 심의 활동과 회의 참석 중단을 선언했다. 2008년 출범 이래 방심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이렇게까지 망가진 적은 없었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