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진표 의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21일 백현동 개발 사업의 배임과 쌍방울 대북송금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했다. 가결 정족수인 출석 과반(295명 중 148명)보다 딱 1표 더 많다. 투표 참여 의원이 민주당 167명인 점을 고려하면, 30여표가 찬성이나 기권, 무효를 택한 셈이다. 이 대표는 법원이 지정한 날짜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된다. 민주당은 당 내분 수습이라는 최대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제1야당 대표 수사를 1년 반 이상 끌어온 검찰은 ‘정치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도주 우려가 없는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기어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시기도 회기 중에 맞춰 민주당 내분을 유도하려 한 점 등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불구속 기소하고 법원에서 혐의 사실을 다툰 뒤, 판결을 얻어내는 것이 정도였다.
그러나 애초 부결이 예상되다가 가결로 뒤집힌 데에는 이 대표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영장이 청구되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방탄 프레임’으로 제1야당을 옭아매려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에 맞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표는 그때도 “무도한 검찰의 정치 수사”라고 했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 그 약속을 당당하게 지켰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표결 하루 전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사실상 부결을 호소했다. 이 ‘부결 호소’로 인해 22일째 이어지는 단식도 ‘결국 방탄 단식’이라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가결이 곧 구속을 뜻하는 건 아니다. 또 검찰 수사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혐의의 부당성을 입증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국민 신뢰를 얻는 방식으로 검찰의 ‘정치 수사’에 대응하며 당의 미래를 열어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당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 갑작스러운 결과에 지지자들의 충격이 상당하다. 의원들을 색출하고 응징하겠다는 이들을 진정시켜야 한다. 행여나 일부 인사들이 이들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거나, 서로 남 탓을 하며 다투는 건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적 운명과 당의 미래를 한 끈에 묶지 말아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가장 힘주어 할 일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야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