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요구서(체포동의안)를 재가함에 따라 국회가 21일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나선다. 병원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가 표결 방향에 침묵을 지켜온 가운데, 당내 ‘가결파’와 ‘부결파’가 각각 물밑에서 의원들과 접촉하며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18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 배임·뇌물 등의 혐의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변수가 없는 한 국회는 20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보고하고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단식 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유엔(UN)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현지에서 ‘속전속결’로 체포동의안을 재가 처리하자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체포동의안 재가는 ‘정적 죽이기 문서에 사인한 것”이라며 “야당 대표에게 ‘제발 죽어라’라는 일종의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표결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2차 체포동의안 정국’을 맞은 야당은 당내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내지도부가 “많은 (당내) 그룹들의 운영진 내지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고 여러 방향으로 오늘 내일 의견 수렴을 할 예정”(김한규 원내대변인)이라고 밝혔지만, 하루 이틀 새 논의해선 가결론자와 부결론자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까닭이다. 당내에선 ‘불체포특권을 약속한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 대표가 입원한 탓에 직접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결국 당이 판단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상황에서 친이재명계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주류는 ‘부결 당론’을 채택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여러 최고위원이 ‘최고위가 만장일치로 부결 당론을 모으고 의총에서 추인하자’고 주장했지만 일부 반대 의견이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이 대표의 침묵 속에 당내 부결론이 높아지자, 비주류는 물밑에서 ‘가결표 결집’에 나서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한 비이재명계 의원은 “당론 수준의 부결을 약속한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에도 민주당에서 18명 찬성에 20명 무효·기권 등 38명가량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확인해본 결과 이번엔 무효·기권 지대에 있던 이들도 가결로 돌아섰다”며 “의원들이 각자 고민하고 있지만, ‘방탄정당’의 오명을 더 이어갈 순 없다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날도 ‘부결해달라’는 전화·문자에 호응한 의원들과 답하지 않은 의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화력을 과시하는강성지지층의 ‘좌표 찍기’와, 총선을 앞둔 ‘공천 포비아’로 체포동의안 가결에 무게를 두고도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구속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출석하지 못하므로 본회의 가결 정족수는 149석이다. 여당 표와 정의당·무소속 의원 등이 가진 표를 총동원하면 122석이고, 여기에 민주당에서 29명이 더 찬성하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 다만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을 주장해온 정의당 내에 일부 이탈 분위기가 있고, 여당에서도 야당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한 ‘역선택’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엄지원 강재구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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