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이셨거든요. 이제는 빨리 기운을 차려서 다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문재인 전 대통령)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이재명 대표의 병실을 찾아 단식을 중단하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알겠다면서도 병상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접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약 23분가량 이뤄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평양공동선언 5돌 기념행사’에 참석하려 상경해 이 대표를 문병했다.
병상에 누운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들어서자 “죄송하다”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말리면서 이 대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 전 대통령은 “내가 열흘 단식을 했는데, 그때도 힘들었다. 지금 (이 대표 단식은) 20일이니까, 얼마나 힘들까 싶다”고 했다. 그는 2014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당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9일 동안 단식했다. 이 대표는 “세상에 힘든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기력이 달린 듯 뒷말이 명확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단식을 중단하라고 여러 차례 권유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의 병문안 뒤 기자들에게 “두 분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며 “문 전 대통령은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다시 활동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며 “이런 걸음까지 하게 해 정말 죄송하다”고 답했다고 한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갈 뜻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변인은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병원장이 유동식까지 들고 갔지만, 손도 안 대고 그냥 돌려보냈다. 이 대표가 아예 그런(단식 중단)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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