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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도체 동맹’ 포장하려다 대사 초치, 의혹 해명하고 순방 줄여야

등록 2023-12-15 18:39수정 2023-12-15 18:52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네덜란드의 최첨단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 클린룸을 살펴보고 있다. ASML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네덜란드의 최첨단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 클린룸을 살펴보고 있다. ASML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 의전 조율 과정에서, 한국 쪽의 과도한 요구에 네덜란드가 한국대사를 초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반도체 동맹’ 성과로 포장하려던 이번 방문이 오히려 국익과 국격에 손실을 입힌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11~15일)을 앞두고 네덜란드는 지난 1일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한국이 경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하고,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에이에스엠엘(ASML)의 기밀 시설인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정해진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하는 것 등에 우려를 표했다고 중앙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외교부는 “(초치가 아니라) 조율을 위한 협의 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의 의전·경호를 네덜란드 쪽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었고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자, 네덜란드가 한국대사를 부른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네덜란드 방문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 부부는 영국·프랑스 국빈방문 뒤 보름 만에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대통령실은 ‘반도체 동맹’ 성과라며 대대적으로 포장했지만, 이미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협력 사업을 대통령 업적인 것처럼 포장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에이에스엠엘 클린룸을 외국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방문했다고 내세웠지만, 결국 그 무리한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쪽과 의견 차이가 컸던 셈이다. 윤 대통령 없이도 잘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자기 공으로 돌리려다 오히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한 건 아닌가.

윤 대통령 부부는 올해 책정된 순방 예산 249억원의 두 배가 넘는 578억원을 썼다. 한달에 한번꼴 이상으로 과도하게 잦은 순방에 나서고 있지만,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참패로 극명하게 나타난 것처럼 그에 걸맞은 외교 성과를 내고 있는지 불투명하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을 불러 장시간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도 확인됐다. 거의 모든 순방에 동행하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 쇼핑 등 순방 때마다 말썽이 인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과잉 의전을 요구하다 대사 초치까지 당했다는 이번 의혹을 “협의”라는 말로 넘기지 말고, 정확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성과도 불분명하고 예산도 과도한 국빈방문을 줄이고, 김건희 여사의 불필요한 동행도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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