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의사 집단 진료거부 관련 여론 조사 및 인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 의료인력을 양성해 의료 취약지 등에서 일정 기간 의무로 일하게 하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에 시동이 걸렸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사 수 증가가 수도권 등 대도시의 수익 중심 의료 산업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필수·지역 의료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에서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은 의대 증원과 함께 추진돼야 할 정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은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 의사를 양성한 뒤 정부가 정하는 의료기관에서 10년 동안 의무로 일하도록 하는 공공의대다. 지역별로 필요한 의사 수 등을 고려해 시·도별 입학생 수를 배분한다. 지역의사제는 비수도권 의대·치의대·한의대생 일부를 별도 전형으로 뽑아 장학금 등을 지원한 뒤 역시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일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기형적으로 변화한 바탕에는 의료 공공성에 대한 교육·제도적 관심 부족과 의사 면허를 안정된 고수익 직업의 발판으로만 여기는 세태가 자리잡고 있다.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통해 의사로서의 소명 의식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면 극심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는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명)의 절반 수준인데, 그나마 서울을 제외하면 1천명당 1.8명에 그친다. 전국을 1513개 소진료권으로 나눴을 때 동네 의원 의사 수가 ‘매우 부족’한 곳이 22%인 342곳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두 제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추진됐다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의협은 여전히 교육의 질 저하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역의사제의 필요성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의대 정원부터 확정한 뒤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물론 공공의대 신설 규모, 지역의사 전공 과목 배분 등 세부 사항은 추가로 면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의료 불균형의 고통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새로운 제도의 내실을 기할 생산적인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