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2일 비공개 이임식을 열고 권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임식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이임사도 공개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앞서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에 따라 예정된 권익위원장 이임식을 갑자기 취소하고 자리를 지키다 방통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해 ‘겸직 논란’이 제기됐다. 그는 “(권익위에) 휴가를 내고 출근했다”고 해괴한 변명을 하더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반도주하듯 이임식을 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국무위원의 자리가 그렇게 가벼워 보이나.
김 후보자는 방송이나 언론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검사 출신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후임에 옛 검찰 상관이었던 그를 지명했다. 윤 대통령이 언론장악의 고삐를 더욱 조이려는 의도라고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럴수록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오히려 안하무인에 가까운 태도다. 자신을 ‘존경하는 검찰 선배’라고 할 정도로 신임하는 윤 대통령을 믿고 그러는 것인가.
신임 방통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파행적으로 운영되어온 방통위를 정상화시킬 임무를 띠고 있다. 최근 서울고법은 이동관 전 위원장이 주도한 방통위의 ‘2인 체제’ 운영이 방통위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 항고심에서 1심대로 방문진의 손을 들어주면서, “단 2명의 위원들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조치는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해 대통령 추천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 등 총 5명으로 방통위를 운영하도록 한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를 지키라는 것이다. 윤 정부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을 검찰 기소를 이유로 면직시킨 뒤 이동관 위원장과 여당 몫인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의 해임을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2인 체제’의 방통위에서 내린 결정이 위법하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이 방통위를 언론장악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것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오는 27일 국회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가 과연 방통위 정상화를 추진할 적임자인지 철저하게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