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야당과의 합의를 파기하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를 강행하고 있다. 입법예고도 단 이틀로 마쳐, 역사에 남을 만한 ‘졸속 감세’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무엇보다 증권거래세를 폐지 또는 완화하고 양도세를 강화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주식 관련 세제를 정비하기로 했던 기존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하고 퇴행적인 처사다.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은 기존 대비 70%가량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10억~50억원인 주주 수는 9207명으로, 기존 양도세 과세 대상인 10억원 이상 주주(1만3368명)의 68.9%를 차지했다. 10억원 이상 주주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주식 보유자의 0.02%에 불과할 정도로 극소수지만, 시가총액의 36.4%인 227조원을 갖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낸 상장주식 양도세는 6조8285억원이었다. 따라서 이번 정부 조처는 조세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세수 감축 규모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무리한 부자감세와 잘못된 경기 예측으로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를 자초한 정부가 반성이나 정책 수정 없이 또 하나의 부자감세를 추가한 것은 이 정부가 강조하는 건전재정 원칙이 허구에 불과함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주식 양도세 감세를 주도한 주체는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그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내걸었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이 존재한다. 이 공약은 주식·채권·펀드 통합 양도세라고 할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를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당시 여야 합의를 깡그리 부정하는 것이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세법 개정 과정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를 들고나와 금투세 시행을 2년 늦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 2025년 금투세가 뒤늦게라도 시행되면 자연스레 사라지는 대주주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를 정부여당이 다시 들고나온 이유가 금투세를 저지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반국가세력이 아니라면, 조세정의와 과세원칙을 흔드는 일련의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