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방부 ‘독도 분쟁지역’ 교재, 이런 일이 왜 일어났겠나

등록 2023-12-28 18:02수정 2023-12-29 16:31

국방부가 이달 말 전군에 배포하려던 장병 정신교육 교재에서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하고 독도를 뺀 지도를 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언론의 문제 제기에 궤변으로 대응하던 국방부는 대통령의 질책이 나오자 교재를 전량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새로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은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이고, 영토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 게다가 이 교재에는 한반도 지도가 11번 등장하는데 한번도 독도를 표시하지 않았다. 일본이 최근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영토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병사들의 교재에서 스스로 독도를 이렇게 다룬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국방부는 또 이날 오전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문장 주어가 ‘이들 국가’라 주변 국가 주장을 인용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시정을 지시했다는 대통령실 입장이 나오자 교재 전량 회수 및 집필 과정 문제점 감사 조치 등을 발표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근본부터 돌아봐야 한다.

국방부는 이번 교재에 윤석열 정부의 한·일 협력 강조 내용을 대폭 추가했다.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 피해 문제에서 일본의 책임을 면제해주고 한·일,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온 기조에 주파수를 맞추려다 급기야 독도 문제에서 이런 서술까지 나오는 데 이른 건 아닌가. 그렇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도, 우연도 아니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태였고, 또 앞으로도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런 일이 이 정부에서 왜 일어났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 이전에는 관련 분야 민간 전문 학자들이 집필했는데, 이번에는 집필진 전원이 현역 군인과 군무원으로만 구성됐다. 그 이유는 뭔가. 이런 상황에 대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은 반드시 책임져야 하고, 정부는 치우친 외교·안보, 역사 인식 등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교재 197~198쪽에서 독도를 영토 분쟁으로 기술한 부분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교재 197~198쪽에서 독도를 영토 분쟁으로 기술한 부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일상적 불심검문에 대학생·시민들 ‘불복종’…공권력 바꿨다 1.

일상적 불심검문에 대학생·시민들 ‘불복종’…공권력 바꿨다

이제 윤석열과 검찰이 다칠 차례다 2.

이제 윤석열과 검찰이 다칠 차례다

[사설] 이번엔 가상자산·배당소득 감세 검토, 여야 ‘감세’만 협치하나 3.

[사설] 이번엔 가상자산·배당소득 감세 검토, 여야 ‘감세’만 협치하나

‘윤 부부 비방 글’ 논란, 한동훈은 왜 평소와 다른가 4.

‘윤 부부 비방 글’ 논란, 한동훈은 왜 평소와 다른가

[사설] 초고령 진입 속도 가장 빠른데, 복지지출 거북이걸음 5.

[사설] 초고령 진입 속도 가장 빠른데, 복지지출 거북이걸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