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이달 말 전군에 배포하려던 장병 정신교육 교재에서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하고 독도를 뺀 지도를 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언론의 문제 제기에 궤변으로 대응하던 국방부는 대통령의 질책이 나오자 교재를 전량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새로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은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이고, 영토 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부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 게다가 이 교재에는 한반도 지도가 11번 등장하는데 한번도 독도를 표시하지 않았다. 일본이 최근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영토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병사들의 교재에서 스스로 독도를 이렇게 다룬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국방부는 또 이날 오전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문장 주어가 ‘이들 국가’라 주변 국가 주장을 인용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시정을 지시했다는 대통령실 입장이 나오자 교재 전량 회수 및 집필 과정 문제점 감사 조치 등을 발표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근본부터 돌아봐야 한다.
국방부는 이번 교재에 윤석열 정부의 한·일 협력 강조 내용을 대폭 추가했다.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 피해 문제에서 일본의 책임을 면제해주고 한·일,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온 기조에 주파수를 맞추려다 급기야 독도 문제에서 이런 서술까지 나오는 데 이른 건 아닌가. 그렇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도, 우연도 아니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태였고, 또 앞으로도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런 일이 이 정부에서 왜 일어났는지를 살펴야 한다.
또 이전에는 관련 분야 민간 전문 학자들이 집필했는데, 이번에는 집필진 전원이 현역 군인과 군무원으로만 구성됐다. 그 이유는 뭔가. 이런 상황에 대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은 반드시 책임져야 하고, 정부는 치우친 외교·안보, 역사 인식 등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교재 197~198쪽에서 독도를 영토 분쟁으로 기술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