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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미봉책에 그친 쇠고기 ‘추가 협상’

등록 2008-06-22 20:22

사설
정부는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 협상’을 통해 마치 상당한 성과를 얻어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초라하고 실제 효과도 의문시된다. 검역주권 회복과 안전성 확보라는 국민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당정이 국민 여론이 진정될 때까지 고시를 않겠다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추가협상을 내세워 고시를 강행한다면 다시 큰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정부는 ‘한국 품질체계평가’(한국 QSA) 프로그램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우리 국민이 신뢰할 때까지 들여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수출 업체가 한국에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출하기로 하고, 이를 미국 농무부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증명서가 첨부되지 않은 쇠고기는 반송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수출업자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하고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 농무부가 형식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과거 미국 정부가 30개월 미만 살코기 수출을 보증하던 때도 수백여 차례 위반 사례가 나왔다. 사실상 국민 건강권을 정부가 아닌 민간업자에게 내맡긴 꼴이다.

30개월 미만의 머리뼈·뇌·눈과 척수를 금지했다고 생색내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이 부위는 국내에 수요가 거의 없는 것들로 미국업자들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 등뼈가 들어간 티본 스테이크와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곱창 막창 등 내장은 들어오게 돼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국 수입업체가 주문을 하지 않는 자율규제 수준의 합의여서 의미를 부여하기가 민망하다. 식품안전 위해가 2회 이상 발견된 작업장은 수입중단 조처를 하도록 했다지만, 미국의 모든 도축장에 현지점검 권한을 가졌던 점이나 미국 도축장 승인과 취소권을 가졌던 점에 비하면 검역권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정부는 ‘벼랑끝 전술’, ‘최선의 노력’이라고 자찬을 했지만, 쇠고기를 사주면서 미국에 매달리는 저자세에 국민은 가슴이 시리다. 잘못된 협상임을 인정하고 재협상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을 끝내 미봉하려고 드니 실망스럽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단속할 뜻이 분명하다면 민간업자에게 맡길 게 아니라 수입 위생조건을 바꾸는 게 간명하고 확실하다.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특정 위험물질도 수입 위생조건을 고쳐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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