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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살인 가습기’ 사건 은폐 의혹, 철저히 밝혀내야

등록 2016-04-18 21:19수정 2016-04-20 09:49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19일부터 업체 관계자 소환 조사를 본격화한다. 피해자들의 고소 뒤 4년 넘게 허송하다 올해 초에야 수사팀을 꾸려 지각 수사한 결과다. 때맞춰 롯데마트는 18일 자체 브랜드의 살균제를 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보상 계획을 내놓았다. 5년이 다 되도록 모른 체하다 검찰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자 뒤늦게 반성하는 꼴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업체의 책임회피 때문이다. 2006년 의문의 폐질환 논란으로 불거진 이 사건은 2011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로 피해자들의 사망 원인이 이미 살균제에 맞춰졌다. 하지만 당국은 판매 중단 외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2012년 피해자들의 고소 뒤에도 검찰은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수사를 중단하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국가의 명백한 책임 방기다.

정부가 그렇게 미적대는 동안 지속적인 은폐와 조작도 벌어졌다. 대표적인 살균제 제조업체로 최대 규모의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는 정부의 역학조사를 반박하려고 대학연구소에 의뢰한 실험에서 ‘제품과 폐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실험 결과를 유리하게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돈을 건넸다는 정황도 있다. 2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는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사용 후기를 홈페이지에서 무더기로 삭제하기도 했다고 한다. 논란이 불거진 2011년에는 구 법인을 청산하고 새 법인을 설립했다. 어떻게든 처벌을 피하려는 의도다.

검찰은 유해한 제품을 만들고 판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것과 함께, 은폐·조작으로 책임을 모면하려 한 반도덕적 만행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추가 피해자를 찾는 일도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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