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서 돈을 받고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7일 구속됐다. 검찰은 서울대 수의대 조아무개 교수에게 증거 조작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했는데, 법원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내 최고 대학의 교수가 이렇게까지 학자적 양심을 팔 수 있는 것인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조 교수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옥시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연구 중 일부분만 강조하고 왜곡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은 앞으로 철저하게 파헤쳐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를 포함해 170여명(검찰 추산)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 진실을 은폐하는 데 서울대 교수에 이어 최대 로펌까지 개입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옥시와 김앤장이 자신의 연구 중 일부분만 의도적으로 활용했다는 조 교수 주장이 일말의 타당성을 지닐 수는 있다. 하지만 억장이 무너지는 피해자 가족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공감했다면, 자신의 연구가 대기업의 반인간적 행위를 감싸는 데 활용되는 걸 그냥 지켜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법률적 판단을 떠나, 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사회적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조 교수는 면할 수 없다.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김앤장의 행태 역시 다르지 않다. 수임료를 받고 사건 의뢰인을 변호하는 건 기본 임무고 그 과정에서 의뢰인에 불리한 진술이나 증거는 배척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진실을 은폐하고 인권을 짓밟지는 말아야 한다. 자신이 사준 살균제 때문에 하늘나라로 떠난 손녀를 못 잊어 지금도 밤잠을 못 이루는 할머니의 비통함을 생각한다면, 그런데도 수년간 발뺌으로 일관한 제조업체와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친 가족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아무리 변호인이라도 이런 식으로 진실 은폐에 나서진 못했을 것이다.
며칠 전 대부도 토막살인사건의 범인이 붙잡혀 온 국민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옥시를 비호하는 데 자신의 지식을 활용한 교수나 변호사가 흉악사건 살인범보다 낫다고 과연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배운 사람들이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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