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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징벌적 손해배상뿐 아니라, 집단소송제도 도입해야

등록 2017-01-05 17:42수정 2017-01-05 20:10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해 고의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최대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부당한 하도급 거래로 인한 손해, 개인정보 분실·도난·유출로 인한 손해에만 징벌적 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제조물 일반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면 기업의 불법행위 책임을 무겁게 함으로써 소비자 보호를 한층 강화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진작 도입했어야 마땅한 제도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가 1천명이 넘고 수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뒤에야 제도를 도입한다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국가가 기업들의 무책임을 조장한 꼴이다. 소비자의 피해 입증 책임을 가볍게 하기로 한 것도 당연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제품 결함으로 인한 피해임을 직접 입증하느라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가.

손해배상 한도를 손해액의 최대 3배로 해서야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최대 10배까지 배상하게 하고 있다.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하도급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배상한도에 맞춘 것인데,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는 더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정부안에 얽매이지 말고 국회가 배상한도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기업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제품을 혁신하고 선진적인 소비자 보호 체계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집단소송제도 도입해야 한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해서 이기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는 현재 증권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피해에 대해서만 제도가 도입돼 있다. 제조물 책임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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