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 경기에서 비디오판독(VAR)으로 김영권 선수의 골이 최종 인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카잔/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 축구대표팀이 기적을 만들었다. 대표팀은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팀을 2-0으로 이겼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57위가 1위를 꺾은 것이다. 1승2패 전적으로 조 3위에 그쳐 16강엔 진출하지 못했지만 1, 2차전 패배를 딛고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독일팀을 격파한 건 놀라운 일이다.
‘이길 확률 1%’라는 조롱에도 포기하지 않고 후반 추가시간까지 사력을 다해 뛴 투지의 승리다. 대표팀은 독일전에서 무려 118㎞를 달렸다. 독일팀보다 15㎞를 더 뛰었다고 한다. 슈팅은 11개로 독일의 26개보다 적었지만, 유효슈팅을 5개나 날렸고 이 가운데 2개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대표팀은 유효슈팅 한번 없이 무력했던 스웨덴과의 1차전,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멕시코와의 2차전 패배로 팬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안겼다. 빗발치는 비난에 좌절하지 않고 우승 후보 독일팀을 상대로 일궈낸 승리라 더욱 값지다.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후반 48분에 김영권이 결승골, 51분에 손흥민이 쐐기골을 넣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근성과 끈기를 보여줬다.
모든 선수에게 찬사를 보낸다. 멕시코전·독일전에서 잇따라 골을 넣은 손흥민, 뛰어난 판단력과 담력으로 골문을 지켜낸 조현우는 단연 빛났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예선·본선의 실수 이후 쏟아진 비난에 ‘욕받이’로 불리며 절치부심했던 김영권의 부활은 즐거움을 더했다.
그러나 투혼만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보장할 순 없다. 독일전 승리로 자존심을 살렸지만 1, 2차전에서 세트피스가 작동하지 않았고, 선수 기용과 전술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세계 언론도 대표팀의 전술적 준비 미흡, 기본기 결핍에 따른 실수, 기술 부족을 통렬하게 지적했다. 차분히 되짚고, 바꿔야 한다. 축구협회 개혁과 함께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 등 축구환경 개선을 조언한 박지성·이영표·안정환 등의 지적도 새겨들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