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오른쪽)와 마리오 만주키치가 16일 오전(한국시각)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에 패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크로아티아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최선을 다하는 투혼으로 지구촌에 감동을 안겼다.
크로아티아는 결승전 상대 프랑스와 비교해 모든 면에서 열악했다. 인구 417만명으로 프랑스(6500만여명)에 비해 1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나라인데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16강 이후 일정이 그 어느 팀보다 험난했다. 조별리그에서는 3승으로 16강에 올랐지만 결승전 직전까지 3경기 연속 연장전까지 120분씩 뛰었다. 16강 이후 프랑스 선수들에 비해 매 경기 30분씩 더 뛰는 강행군이었고, 4강전을 하루 먼저 치른 프랑스보다 휴식마저 짧았다. 결승까지 7경기에서 뛴 거리는 크로아티아가 823㎞로 707㎞의 프랑스보다 한 경기를 더 뛴 셈이다.
크로아티아는 또 주전 11명 평균 나이가 29살로 노장들이 주축이었지만 젊은 프랑스(주전 평균연령 25.8살)를 맞아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자책골을 내주고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불운까지 겹쳤지만 이들은 막판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보였다. 결정타가 부족해 득점에서는 뒤졌지만 월드컵 결승전다운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선수 한명 한명을 상대로 따뜻하게 안아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로아티아는 2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했지만 3년 동안 내전과 전쟁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주전 11명 중 8명이 내전을 겪은 세대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내전중이던 1992년 프로축구가 출범했고 1993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이 됐으며, 1998년 프랑스대회 때 처음으로 월드컵에 진출해 4강까지 올랐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2승1패로 16강에 진출해 루마니아와 독일을 잇따라 꺾고 4강에 진출했지만 프랑스에 1-2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크로아티아는 이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이반 라키티치(FC바르셀로나) 등을 주축으로 결승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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