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편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없애고 명칭을 안보정보원으로 바꾸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정보위에 계류 중이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실종 위기에 빠져 있다. 법 실행을 3년 유예하는 조건으로 처리하는 중재안마저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의 시급성과 권력기관 개편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매우 부적절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3년 유예 방안은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정보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제안에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이 공개됐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대공수사권 폐지와 정치관여 목적의 정보수집 금지 등을 뼈대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으로 권력기관 종합 개편안을 발표했다. 1년이 흘렀으나 아직도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론 국정원 개혁 또한 한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국정원 개혁의 시급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2일에도 이른바 ‘박원순 문건’을 작성해 선거에 개입하고 김미화·김제동·윤도현씨 등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의 퇴출 공작을 벌인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에게 징역 3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댓글공작 등 혐의로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구속된 사실이 상징하듯 국정원은 법으로 분명하게 통제해놓지 않으면 언제든 일탈할 수 있는 조직이다.
국정원법 개정안 발표 당시부터 일부 수구보수 세력과 언론들은 ‘간첩에게 날개 달아준 꼴’이라며 ‘안보공백’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당의 반대도 그 연장선일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이미 대공수사를 해왔을 뿐 아니라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보 수집과 수사 기능의 분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를 빼고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국정원 개편안이 검찰·경찰 등 다른 권력기관 개편과 맞물려 있는 탓에 자칫 검찰 개혁 등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정원의 불법 공작이 이뤄지던 시절 집권당은 지금의 한국당이다. 결자해지하는 의미에서라도 국정원 개혁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10월31일 국회 정보위에 참석한 국정원 수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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