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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법 개정 반대’ 장외투쟁, 명분 없다

등록 2019-04-23 20:18수정 2019-04-23 20:2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3일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여야 4당의 공수처법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추진을 규탄하는 구호을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3일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여야 4당의 공수처법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추진을 규탄하는 구호을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3일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개혁입법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 합의안을 모두 추인했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격론 끝에 표결로 추인 절차를 마쳤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 절차에 본격 진입한 것이다. 여야 4당은 25일까지 관련 상임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한편,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의회민주주의 사망 선고” “좌파 독재”라며 크게 반발했지만, 그다지 명분 있어 보이진 않는다. 황교안 대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여야 4당이 오랜 논의 끝에 합의로 국회법에 따라 입법을 시도하는 것으로, ‘정변’이나 ‘독재’와는 거리가 멀다. 패스트트랙은 2012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국회선진화법 절차이고, 지난해 말 ‘유치원 3법’을 이미 지정한 전례가 있다. 그간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제 폐지나 권력구조 개편 논의 등을 내세워 사실상 선거법 협상을 보이콧한 탓에 여야 4당이 부득이하게 패스트트랙에 돌입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좌파 독재 플랜’으로 규정하는 건 터무니없는 색깔론이다. 황 대표는 4당 추인이 이뤄지자 “경제를 망치는 이념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되고,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체제수호 법안이 줄줄이 폐지될 것이다.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개헌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 것 하나 비현실적인 억측이다. 선거제를 개편하고 공수처를 만든다고 해서 어떻게 좌파 독재가 되고 개헌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패스트트랙을 막기 어렵게 되자 색깔론을 들고나와 국민을 현혹하겠다는 발상이다.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제도 개편은 각 정당이 협상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게 최선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려면 240~270일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자유한국당이 협상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게 4당 입장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오후부터라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명분 없는 장외투쟁이나 ‘좌파 독재’ 색깔론에 매달릴 게 아니라, 협상에 나와 성실히 타협함으로써 원만한 선거법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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