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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 개혁’ 필요성 더욱 절감케 한 ‘난장판 국회’

등록 2019-04-26 18:12수정 2019-04-26 22:30

감금하고 법안 제출 막고 점거까지
선진화법 짓밟은 최악의 폭력 사태
국민 뜻 반영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저녁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국회 회의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저녁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국회 회의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가 또다시 난장판이 됐다.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졌다. 감금과 욕설, 육탄전과 법안 탈취, 회의장 봉쇄와 집기 파손 등 온갖 폭력이 난무했다. 한동안 국회에서 사라졌던 낯부끄러운 행태들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와중에 벌어진 극한 충돌이다. 후진적 국회의 모습이 참담할 뿐이다.

이번 폭력 사태는 선거법·개혁입법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와 별개로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을 물을 건 물어야 한다. 국회에서 민주적인 법안 처리 절차가 폭력으로 짓밟히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폭력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자유한국당에 있다. 26일 밤 우여곡절 끝에 사법개혁특위가 장소를 옮겨 회의를 열고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상정했지만 이틀간 국회 곳곳에서 벌어진 충돌은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진화법은 2012년 날치기와 물리적 저지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회의 방해 금지’ 조항을 두어 민주적 표결을 방해할 경우엔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틀 동안 온갖 행태의 ‘회의 방해 행위’를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원회에 참석하려는 의원을 의원회관 방에 가두고, 의안과에 몰려가 법안 접수를 막는가 하면, 팩스로 접수되는 법안을 탈취해 파손하고 아예 팩스 기기를 부수기까지 했다. 소관 상임위인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가 열리지 못하도록 회의장을 점거하고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과 욕설, 극한 대치가 벌어졌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선진화법 이후 최악의 폭력 사태이자 국회 무력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여당이) 국회법과 국회 관습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불법에 대한 우리의 저항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관습법이 실정법에 우선한다는 얘기인데, 법 위반을 호도하려는 궤변일 뿐이다. 여당의 법 위반 여부도 분명히 가리고, 자유한국당 행태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엄정히 따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나 원내대표를 포함해 자유한국당 의원 18명을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만큼 이 부분의 시시비비를 명명백백히 가려야 할 것이다. 결코 여야의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아선 안 된다. 민주적 절차를 짓밟는 폭력 행위에 대해선 여든 야든 관용이 없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 ‘동물국회’라 불리는 부끄러운 모습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되리라 본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급하고 미숙하게 대응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다. 바른미래당이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상임위 사보임 문제 등을 어설프게 처리함으로써 극단적인 내홍을 겪고 있는 건 유감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왕에 패스트트랙 절차에 들어간 만큼 자유한국당을 최대한 설득해 극한 대치를 줄이고, 다른 야당과 원만히 협조해 차질 없이 선거법과 개혁입법 처리를 마무리하길 바란다.

이번 폭력 사태는 역설적으로 국회 개혁, 선거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했다. 지금처럼 사사건건 대립하고 발목 잡고 충돌을 일삼는 국회로는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없다. 유권자의 뜻이 국회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고, 대결이 아닌 합의의 정치가 이뤄지도록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회를 개혁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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