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선거제도와 검찰 개혁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데 반발해 자유한국당이 30일 천막 농성과 전국 순회투쟁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얼마든지 법안이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좌파세력 의회 쿠데타”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무릎 꿇는 날까지 투쟁”을 공언했다. 여야 4당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최장 330일 동안 상임위 등에서 협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극한투쟁만 고집하는 건 옳지 않다. 여야가 하루속히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통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한 입법 결실을 맺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은 국민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긴 여정의 첫발을 비로소 뗀 것일 뿐이다. 선거법 개정 논의는 특정 정당의 지역 독식, 유권자의 선택이 의석수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채 거대 양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해온 현행 선거제도를 바로잡자는 정치권 합의에서 출발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을 ‘좌파 나눠먹기’라고 비난할 게 아니다. 합리적 대안을 내고 성실히 협상해야 한다. 민주당 등 여야 4당도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를 자신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바꿀 경우,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 심판에 직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비상한 각오로 최대한 공정하고, 국민 뜻을 담은 선거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수처 법 역시 절대 권력이 된 검찰을 제어하고, ‘김학의 사건’과 같은 과거 잘못을 바로잡자는 요구에서 시작했다. ‘공수처 찬성’ 응답이 80%에 이르는 여론조사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에게 과도한 인사권을 부여한 공수처 법이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사법개혁특위와 법사위에서 국회와 국민 통제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안을 수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국민 뜻과 어긋나는 장외투쟁을 벌일 일은 아니다. 바른미래당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별도의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만큼, 앞으로 논의를 통해 얼마든 절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진정한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야 정당은 상대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부추기는 행위를 중단하고, 정치 복원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