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31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국회를 ‘빈손’으로 흘려보낸 정치권이 ‘6월 국회’ 정상화 문제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이 와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는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의 도를 넘은 막말까지 나오면서 정국 경색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회는 외면한 채 밖에서 ‘막말’을 반복하는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할 따름이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31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북한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책임자들을 숙청했다는 일부 언론의 불확실한 보도를 근거로 “나라를 이끌려면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과 그 대통령이 ‘3대 세습, 일당 독재’ 국가인 북한보다 못하다는 자기 비하인 동시에, 선거로 대통령을 뽑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황교안 대표가 곧바로 “부적절한 측면이 많았다”고 사과한 것도 발언의 심각성을 파악한 탓일 것이다. 정 의장 발언은 제1 야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지도부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자유한국당은 정 의장을 징계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정 의장 발언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 정국 정상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민주당은 이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3당 원내대표 회담을 제안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불응해 무산됐다고 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를 파탄 내놓고 ‘잘못한 것 없다’고 뗑깡을 쓰고 있다. 패스트트랙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로 들어갈 수 없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여야 4당의 선거법·개혁입법 패스트트랙 지정은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순 있지만 합법적 절차였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국회법을 짓밟으면서 물리적으로 저지에 나선 만큼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패스트트랙 철회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건 합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이런 식이라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6월 국회를 소집하는 것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20대 국회가 일할 날은 1년도 남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막말과 강변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국회에 들어와 민생을 챙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