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안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뒤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4월 임시국회가 본회의 한번 못 열고 5월7일 종료됐다. 텅 빈 본회의장에 방청객들이 모여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엔 소환제도 입법 청원이 21만명을 넘어섰고, 의원 ‘무노동 무임금’ 실시 청원까지 등장했다.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법이 규정한 6월 국회조차 열지 않은 채 막말과 책임 공방만 거듭하는 국회의원들 행태에 분노한 국민이 유권자가 직접 의원을 해임할 수단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청원 답변 형식을 빌려 그 필요성을 제기했고, 야당인 민주평화당도 “국회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며 당론 입법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은 먼 산 불 보듯 시큰둥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되레 “청와대가 야당을 조롱하고 압박한다”고 반발했다.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절망감을 되새기며 자성해도 모자란데, 정쟁 수단으로 악용하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국민의 뜻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5월3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77.5%가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국회의원을 퇴출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므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국민소환제를 지지한 것이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위법 행위를 한 국회의원을 지역주민이 투표로 해임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는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6년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소환할 수 있게 했지만, 정작 이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국민소환 대상에서 빠졌다. 형평성 시비가 계속되는 이유다. 이미 18대 국회에선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19대 국회에선 황주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회의원 국민소환 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선 김병욱·박주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황영철 바른미래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냈다.
의원들의 냉소와 기득권 지키기에 입법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의원들의 직무유기를 더 방치해서 안 된다. 국회는 올해 들어 본회의를 딱 세번 열었다. 그런데도 매달 1천만원 이상의 세비를 꼬박꼬박 챙긴다. 입법활동비, 관리업무수당도 다 받아갔다. 민주평화당이 당론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발의한다고 하니, 염치가 있다면 국회 논의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 정두언 전 의원 지적처럼 “대통령도 탄핵하는 마당에 국회의원만 전혀 소환할 기회가 없다는 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