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활동 기한 연장 등에 합의한 뒤, 합의안 발표를 서로 권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가 28일 사실상 정상화됐다. 4월5일 본회의 이후 84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활동기간을 8월31일까지 연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상임위원회에 조건 없이 복귀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밀린 민생·경제·개혁 입법 추진에 혼신의 힘을 다하기 바란다.
여야는 우선 예결위원장 선출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처리, 상임위 개최 등 불확실한 의사 일정을 하루빨리 확정해 국회를 완전 정상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추경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경제 상황 악화에 대응하고 산불피해 복구, 미세먼지 대책 등을 위해 정부가 4월25일 제출한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는 65일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추경 지연으로 청년 구직자, 중소기업, 빈곤층 등 경제적 약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내부 경선 등을 이유로 추경 심사 일정도 제시하지 않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자유한국당은 24일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두 시간 만에 걷어차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말로는 ‘조건 없는 상임위 복귀’를 선언하고 또다시 시간끌기를 한다면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성실하게 민생·경제 현안 처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여야가 30일 종료되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활동기간을 두 달 연장하고 특위 위원장과 위원 수 조정에 합의한 것은, 선거제도 개편안 등의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촉발된 극한 대치를 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 만큼 특위에서 각 당의 안을 충분히 논의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와 같은 비현실적인 선거법 개정안을 접고, 절충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 개혁,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교섭단체들 합의로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교체된 것을 두고, 정의당은 거대 정당의 기득권 담합을 우려한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한 선거제도 개혁’의 큰 틀은 반드시 관철해서 이런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