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7일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의 소환에 응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을 “국회를 행정부에 예속시켜 정권에 충성하는 영혼 없는 국회의원”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의 ‘패스트트랙’ 폭력행위와 관련해 경찰 조사에 응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을 향해 “경찰 견학 한번 다녀오는 출석 놀이로 경찰의 야당 겁박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며 “국회를 행정부에 예속시켜 정권에 충성하는 영혼 없는 국회의원”이라고 비난했다.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국회법에 정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가로막고 의원을 감금하거나 법안을 탈취·훼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소환 불응을 합리화하는 걸 넘어, 고소인 조사에 성실히 임한 다른 당 의원들의 영혼까지 들먹이는 상식 밖의 언행이다. 나 원내대표는 부끄러움을 알고 궤변을 멈추기 바란다.
나 원내대표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자유한국당 의원 4명에 대해 경찰이 출석을 요구하자 “표적 소환”이라며 거부했다. 나 원내대표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아무리 짓밟아도 새벽이 올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불출석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군사독재에 맞서 목숨 건 투쟁을 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명한 발언을 국회 폭력과 불법을 합리화하는 데 동원한 건 궁색한 견강부회일 뿐이다.
자유한국당 의원 59명이 고소·고발된 것은 표적 수사나 야당 탄압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국회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은재 의원은 국회 의안과에 제출된 법안을 탈취·훼손했다. 여상규·정갑윤 의원 등은 채이배 의원을 감금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특수주거침입·감금 등 그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
자유한국당도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대치한 민주당 의원 40명과 바른미래당 의원 6명, 정의당 의원 3명을 폭행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자유한국당은 대리인을 내세워 고소한 사건의 조사엔 임하면서 자신들이 고소당한 사건의 조사는 거부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래놓고서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의 경찰 조사 협조를 “입법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한심한 행태”라고 비난하는 건 적반하장이다. 입법부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는 건 나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불법을 저질렀으면 누구든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당당하게 경찰 소환에 응해 자신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법치’를 준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