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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OECD 1위 자살률, 우울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

등록 2019-09-24 18:02수정 2019-09-24 19:05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의 문구. 김봉규 성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의 문구. 김봉규 성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올해 들어 7월까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다고 하니 단기간의 등락보다는 전반적인 수준과 중장기적인 추세를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5년 이후 2017년 한 해만 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자살의 원인을 한두가지로 짚을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24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우리 국민은 1만3670명으로, 하루 평균 37.5명이었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6.6명이었다. 사망 원인 가운데 질병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자살률이 다시 오른 것과 관련해, 유명인 자살을 따라 하는 ‘베르테르 효과’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다. 유명인이 자살한 몇몇 달에 자살자 수가 함께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 역시 자살 잠재군에서 일어났다고 봐야 한다. 사회 구성원을 자살로 내모는 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10대는 성적과 진학이, 20~50대는 경제적 어려움이, 60살 이상부터는 질환이 자살 동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10대들은 휴식권마저 빼앗긴 채 전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입시경쟁에 내몰려 있고, 노동자들은 최악의 불안정 고용과 빈부 격차를 겪고 있다. 소득 수준과 자살률의 상관관계도 높게 나타난다. 노령화 속도, 노인 빈곤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하나같이 세계 최고 자살률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이 또한 관계 단절과 사회에 대한 ‘희망 없음’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구조, 취약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어떤 대책도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대응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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