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국회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당 소속 의원들에게 총선 공천 심사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잘못된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저지하려 한 것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위였다”며 “올바르게 정치 저항에 앞장선 분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을 위반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들에게 오히려 상을 주겠다는 것인데,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고발된 자유한국당 의원은 60명인데 회의방해·특수감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나 원내대표 역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될지 모르는 의원들에게 가산점까지 주어 공천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하는 건 지나치다. 공당이 불법 행위에 보상을 해주면 저잣거리 조폭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면 당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원내대표가 이런 주장을 꺼내는 것 자체가 무언가 당에 이상기류가 흐른다는 걸 보여준다.
나 원내대표는 22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특위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했던 의원들을 불러 모아 표창장을 수여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기까지 각종 의혹 제기를 통해 큰 성과를 거뒀다는 것인데, 굳이 ‘표창장’까지 수여해야 하는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천 가산점’이나 ‘조국 표창장’ 소동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자유한국당이 때이른 논공행상과 자화자찬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지금 민심은 정치권에 ‘공정’과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설익은 승리감에 젖어 상황을 오판해선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낮고 차분하게 책임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