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올라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롯한 검찰개혁 법안을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문 의장이 이날 곧바로 공수처법 등을 본회의에 부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문 의장의 결정에 더불어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크게 보아 여야 정치권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타협할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 의장이 부의 시점을 12월3일로 잡은 것은 국회법 해석과 정치적 고려를 두루 염두에 둔 현실적 포석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9월2일 법사위로 이관된 검찰개혁 법안이 법사위 고유 법안인 만큼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 없이 상임위 심사 기간 180일이 지난 19일부터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자유한국당은 법사위 고유 법안이 아니라며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 90일을 더해 내년 1월29일이 부의 시점이라고 맞섰다. 문 의장이 법사위 이관으로부터 90일 시점인 12월3일을 택함으로써 민주당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유한국당 주장을 배척하지 않는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또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혁법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이 11월27일인 만큼 결국 12월3일까지 여야가 두 개혁법안을 묶어서 타결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고려도 했음직하다.
민주당이 문 의장 결정에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이해는 가지만,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광장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되 현실정치에선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이 부의 시점을 내년 1월29일이라며 문 의장 결정에 반발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공수처법을 저지하려는 무리한 주장으로 비칠 뿐이다. 이는 바른미래당이 문 의장 결정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것과 대비된다.
이제 12월3일까지 한달여 시간이 남았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두고 양쪽의 간극이 매우 크지만 접점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최대한 성실하게 논의해 타협점을 찾되, 불가능하다면 국회법에 규정된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운명의 한달 동안 여야가 최대한 정치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