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노란 풍선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명진 기자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추진으로 국회가 공전되면서 여러 민생입법과 개혁입법도 멈춰 섰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입법은 여야의 선거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조정 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여야 대치로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못할 경우 자칫 검찰개혁 입법이 실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법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이 복수로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검찰이 다중피해 범죄나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범죄도 직접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법안을 대폭 고칠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한국당을 뺀 야 3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검찰개혁법 처리를 위한 조정이 필요한데도 협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걱정스럽다.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최근 전국 검찰청별로 일반 검사들과 6급 이하 수사관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각각 꾸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도록 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지난 9월 개혁위 출범 이래 직접수사 부서 인원 5인 이내로 축소,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사건배당 기준위 설치 등 모두 9차례나 권고안을 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면서 법무부도 적극 추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대검도 연일 개혁안을 내놓고 있어 최소한 교통정리라도 필요해 보인다.
1일부터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함께 인권보호 수사 규칙이 발효되기 시작했다.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 없는 사건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별건수사 금지, 장시간 조사와 심야조사 제한 등이 핵심 내용이다. 대검은 이에 발맞춰 전국 고검과 지검·지청 등 65개 청에 인권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애초 수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 기류가 없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구 설치를 넘어 현장 검사들의 호응이 절실하다. ‘유재수 사건’이나 울산 경찰의 하명 수사 의혹 등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새 규칙들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회와 검찰 안팎의 진행 상황을 볼 때 ‘검찰개혁’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혼란스럽다. 그 중심에 선 검찰 역시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