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이 무더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막은 데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검찰개혁법안 처리를 막는다며 29일 비쟁점 법안까지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함으로써 국회 마비를 초래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를 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정말 민생을 생각한다면, 명분 없는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원포인트 본회의’를 여는 게 옳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민생법안이 여당의 국회 봉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민식이법 등을 위해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했는데 묵묵부답이다”라고 말했다. 여당의 국회 봉쇄로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는 것인데, 원인과 결과를 교묘히 섞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면피성 발언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자유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 취지를 어기고 비쟁점 민생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이다. 선진화법은 소수 정당을 위해 필리버스터를 두고 있지만, 이는 첨예한 쟁점 법안을 위한 것이다.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건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마비시키는 ‘막가파식 변칙 플레이’에 해당한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199건 중에는 자유한국당 동의 아래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 70여건, 자유한국당 의원 단독으로 낸 법안 20여건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이번 필리버스터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포인트 본회의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포인트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선별적으로 필리버스터를 행사해 법안 통과 여부를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는 만큼 필리버스터의 우선 철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자유한국당 탓만 하며 민생법안 처리를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 민생법안들을 우선 처리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설득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180여개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쟁점 법안에 한해서 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