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1 협의체’가 마련한 새해 예산안을 상정하자 심재철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결국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여야는 10일 밤늦도록 새해 예산안 관련 협상을 이어갔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4+1 협의체’는 자체 합의한 512조3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자유한국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를 무작정 미룰 수 없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다.
몸싸움과 장외집회 등으로 시간을 보내느라 법안 처리 등에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20대 국회가 법정 시한(12월2일)을 넘긴 예산안조차 합의 처리하지 못한 것은 개탄스럽다. 100일의 본회의 기간에 심사·합의할 시간이 많았지만 허송한 탓이다. 특히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쟁점 법안 저지를 명분 삼아 삭발, 단식, 장외투쟁을 반복하며 국회를 무력화한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비쟁점 법안을 포함한 모든 법안에 무더기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이를 새해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10일 오전 열린 본회의에서 어린이 생명 안전 관련 법안인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청해부대 파견연장안을 처리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스쿨존과 놀이공원에서 교통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규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껴 마지못해 여야 모든 정당이 표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4+1 협의체’는 이날 본회의에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마지막까지 합의 처리를 모색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언제까지 소모적 대치를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담보할 ‘유치원 3법’까지 발목 잡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국회법에 따른 합법적인 입법 절차를 계속 무력화해선 안 된다. 무작정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내놓는 게 옳다. ‘4+1 협의체’가 이들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11일부터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일각에서는 나흘씩 쪼개기로 소집한 임시국회 일정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오는 17일이면 제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절차대로 쟁점 법안을 표결로 처리하길 바란다.